조용한 믿음, 흔들림 없는 걸음”

  • 이규석 안수집사님
    1952년 01월 01일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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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온 자리, 지켜준 믿음

조용하고 단단한 사람은 소리 내어 믿음을 외치지 않아도 삶으로 그 진심을 증명합니다. 경상북도 영덕군의 작은 마을 행암리에 사는 이규석 집사님도 그런 분이었습니다. 요란하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포장하지도 않지만, 이야기 끝마다 “하나님 덕분이지요”라는 고백이 스며 있습니다. 인생화원 팀은 ‘기억될 만한 평범함’을 기록하기 위해 이규석 집사님의 삶을 찾았습니다. 이 특집기사는 화려한 간증보다, 믿음의 무게를 감당해온 사람의 조용한 걸음을 따라갑니다. 세월을 견디고, 마을을 지키고, 예배의 자리를 이어오며 묵묵히 신앙을 지켜낸 이규석 집사님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어머니한테 좋은 집 한 채 지어드리고 싶었어요”

이규석 집사님의 말투는 늘 담담했다.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거나,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를 길게 늘어놓는 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마디, 짧은 고백 속에 그분의 마음속 깊은 자리가 드러났다. “내가 마음속에 하나 있었어요. 우리 어머니한테 좋은 집 한 채 지어드리고 싶었어요.” 그 한 문장은 한 아들의 평생 품고 있던 소망이었다. 가난한 시절, 부모님과 함께 어렵게 살아왔던 기억이 그의 마음속에 늘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삶이 바쁘고 여유가 없었기에 현실로 옮기지 못한 그 소망은, 이제 말로만 남아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덧붙이지 않았다. 이루지 못한 효심에 대한 변명도, 아쉬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하지만 듣는 이들은 알 수 있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 조용히, 가슴속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믿음도, 사랑도, 말보다 삶에 스며드는 것이 더 깊다는 것을, 이규석 집사님의 이 한 마디에서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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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좋지요. 목사님도 좋고요”

이규석 집사님에게 교회는 단지 ‘종교 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다. 마을에서의 삶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공간이다. “교회 좋지요. 목사님도 좋고요.” 그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공동체에 대한 진심 어린 태도였다. 집사님은 지금도 예배를 빠지지 않으려 애쓴다. 누군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사실, 예배당의 자리를 함께 지키는 의미,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all of these are part of his faith. “내가 안 나가면 서운하잖아요”라는 표현 속에는, 예배에 대한 책임감과 관계에 대한 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큰 목소리로 신앙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교회를 아끼는 마음은 말보다 더 깊다. 교회는 집사님에게 ‘나를 기억해주는 곳’, ‘함께 있어 좋은 곳’이자, 무엇보다 신앙과 일상이 연결되는 삶의 중심이었다.


“사우디에 있을 때는 교회 열심히 다녔어요”

이규석 집사님은 한때 중동 지역,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문 적이 있다.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땅, 무엇보다 기독교에 대한 제약이 심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땅에서 오히려 그는 신앙을 더 깊이 붙들었다. “사우디에서 있을 때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어요.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서 예배도 드리고, 찬송도 하고, 그랬어요.” 예배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소리 내어 찬양하는 것조차 조심해야 했던 환경 속에서, 그는 신앙 공동체를 잃지 않았다. 일주일을 버틸 힘은 그 예배에서 나왔고, 고국에서처럼 따뜻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하나님은 그곳에도 함께 계셨다. 그 시절을 회상하는 그의 표정은 차분했고, 말수는 적었지만 그 기억이 지금도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신앙의 기둥처럼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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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많이 기도하셨어요. 덕분에 된 거 같아요”

이규석 집사님이 일했던 중동 지역의 취업은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조용히 회상했다. “거기 들어가기 진짜 힘들었어요.” 경력도 인맥도 부족했던 그 시절, 중동 취업은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그 문이 열렸다. 이유를 묻자, 그는 짧지만 의미 깊은 대답을 남겼다. “어머니가 많이 기도하셨어요. 덕분에 된 거 같아요.” 마치 본인은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 말에는 어머니의 눈물어린 기도가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말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는 고백. 집사님의 말은 설명 대신 믿음으로 이어졌다. 기도로 열린 길, 그 길은 단지 취업의 문이 아니라, 인생을 이끄는 하나님의 손길을 따라 걷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혼자 있어도, 하나님 계시니까 괜찮아요”

이규석 집사님의 일상은 조용하다.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지만, 그는 외롭다고 하지 않는다. “혼자 밥 해 먹고 그냥 있어요. 괜찮아요.” 덤덤하게 건넨 그 말에는, 오랜 시간 속에서 단련된 평안함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공허해 보일 수 있는 일상이지만, 그에게는 익숙한 하루의 흐름이다. 믿음이란 때로 예배당 안보다 더 진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일상의 적막 속에서도 하나님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 말없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그 삶이다. 이규석 집사님에게 혼자라는 시간은 곧 하나님과 더 가까이 있는 시간이다. 말씀을 소리내어 읽거나 기도하지는 않아도, 그분의 마음엔 여전히 하나님이 계신다. 그는 말한다. “내가 여기까지 온 거, 다 하나님 덕분이에요.” 바쁜 신앙활동 없이도, 교회 프로그램 없이도, 그의 삶은 지금도 하나님과 이어져 있다. 고요하지만 뚜렷한 믿음, 그것이 지금의 이규석 집사님을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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