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고맙다
바람이 먼저 소식을 전하던 마당, 장독대 뚜껑 위로 서리가 내리던 새벽, 흙먼지를 일으키며 학교로 가던 발자국들—그 모든 계절을 지나 여기까지 걸어온 나에게. 해방이 막 끝난 동네의 가난과, 전쟁 뒤 남겨진 그늘이 ...
바람이 되어 돌아보는 길
나는 1947년 2월 12일, 포항 기계면 소금실에서 태어났다. 호적에는 2월 11일로 올라가 있지만, 실제 생일은 하루 뒤였다. 그 시절엔 그렇게 되는 일이 많았다. 여섯 남매 중 셋째였고, 집안 형편은 넉넉지 않...